포방터시장 전경./사진=소진공 제공
전통시장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디지털 플랫폼을 도입해 성과를 내는 전통시장이 있다. 서울 홍은동에 위치한 포방터시장이다.
포방터시장은 임진왜란이 끝나고 서울 외곽을 방어하며 포 훈련을 했던 곳이다. 6.25 전쟁 당시 퇴각하는 북한군을 공격하기 위해 포를 설치했던 곳이라 해서 '포방터'라고 이름지어졌다.
포방터시장은 한 TV 프로그램에서 백종원씨로부터 홍탁, 쭈꾸미 등을 판매하는 식당의 개선작업이 유명세를 타 전국적 시장이 됐다. 찾아오는 방문객이 늘어나면서 서대문구 전체 전통시장의 부흥을 이끌었다.
다만 온라인 거래의 흐름을 전통시장이 버티긴 쉽지 않았다. 기존의 오프라인 매출만으로는 한계를 느끼고 있던 시장 상인들이 상인회를 중심으로 다양한 온라인 육성사업에 도전했다.
이 때 도움을 준 곳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다. 소진공의 '디지털전통시장 육성사업'을 통해 시장 내 점포들아 배달 플랫폼(쿠팡이츠)에 입점하면서 온라인에 특화된 시장으로 탈바꿈해나갔다.
우선 상인회는 '온라인을 부수입으로 생각하고 한번 도전해 보자'라며 상인들을 독려했다. 처음에는 노령의 상인들이 휴대폰을 조작해서 앱을 사용하는 것조차 어려워했다. 그럼에도 상인회가 온라인 진출의 필요성을 적극 설명하며 상인들의 인식을 바꿔나갔고 배달 플랫폼에 입점한 점포수도 늘어났다.
포방터시장 상인들과 쿠팡이츠 직원이 간담회를 통해 배달 플랫폼 입점 안내 등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소진공 제공
디지털 전통시장 사업 첫해인 2022년 9개 점포를 시작으로 현재는 총 22개 점포가 입점해 있다. 일례로 쿠팡이츠에 입점한 '달콤한 과일나라'에서는 1~2인 가족을 겨냥해서 모듬과일세트를 기획해 당일 가장 신선한 과일 5~9종을 랜덤으로 넣고 만원에 판매해 큰 인기를 끌었다. '왕자떡볶이'는 환경을 고려해 배달 봉투로 '생분해' 봉투를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이같이 고객 만족을 위한 상품 기획은 물론 배달 플랫폼과의 협업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포방터시장의 온라인 점포들은 쿠팡이츠 상위랭킹에 등극했다.
또 상인회와 배달 플랫폼 간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음식 배달 시 발생하는 문제점들도 개선해나갔다. 실제 배달기사가 너무 일찍 혹은 늦게 와서 적절한 시기에 배송을 못하게 되는 경우, 음식이 점주의 손을 떠난 이후 음식 배열이 흐트러지거나 잘못된 배송지로 가는 경우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고객의 불평이 접수되고 즉시 매출 하락의 우려가 생긴다.
이런 온라인 배달의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포방터시장 상인회는 쿠팡이츠와 정기적으로 간담회를 개최했고 이를 통해 입점한 상인들과 플랫폼사 간 함께 동반성장할 수 있다는 자긍심과 파트너십을 다졌다.
온라인 판로의 진출, 세세한 문제점까지 개선해 나가는 노력으로 포방터시장 상인들 중 온라인 매출이 오프라인 매출을 앞서는 점포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유경희 포방터시장 상인회장은 "디지털전통시장 사업에 참여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어르신들의 의식변화였다. 하나하나 배워가시면서 매출이 오르는 것을 즐거워하고 계신다"며 "예전에는 '되겠어?' 였다면 지금은 '된다!' 라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바뀐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세종=오세중 기자 danoh@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