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소형 전통시장이 미로처럼 복잡한 구조 탓에 범죄 대응과 소방 출동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종로 광장시장 등 대형 시장은 신고자나 경찰관이 번지수 표지판을 보고 범죄 장소를 손쉽게 찾을 수 있지만 중소규모 시장은 시설이 낙후돼 번지수 표지판이 부착된 곳이 드물다. 번지수가 표기돼 있더라도 시설물에 가려져 있는 곳도 적지 않아 경찰 대응이 늦을 수밖에 없다.
특히 신영시장과 같은 골목형 ‘인정시장’이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전체 면적이 3000㎡에 미치지 못하는 중간규모 시장은 인정시장으로 분류되는데, 이 중 골목에 점포가 입주한 시장을 골목형 인정시장으로 분류한다. 서울시내 389곳의 전통시장 가운데 골목형 인정시장은 96곳이다.
골목형 인정시장은 내부가 마치 미로와 같다. 낙후된 시설과 내부 정비 미흡으로 번지수 표지판이 제대로 부착된 곳이 적다. 또 간판 없이 여러 점포가 붙어 있거나 노점상처럼 점포가 건물에 입주해 있지 않은 경우도 많아 ‘감’으로 길을 찾아야 한다. 자연히 신고자도 범죄 현장의 정확한 위치를 알 수가 없다.
골목형 인정시장인 구로시장에서 만난 조모(38)씨는 “자주 다니는 상인이 아니라면 시장은 미로와도 같다”며 “번지수 대신 상점별 호수가 적혀 있지만 상인이 아니라면 정확한 위치를 알긴 어렵다”고 말했다.
한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경찰관은 “신고자도 흥분한 상태이기 때문에 횟집, 삼겹살집 등으로 애매하게 신고를 한다”며 “정확한 위치를 말해 달라고 해도 번지수가 보이지 않으니 시장 안쪽이라고 말하는데 위치를 찾느라 늦게 가면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전통시장을 더 활성화하려면 시장 방문객이 범죄 표적이 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양천구청은 최근 신월1파출소와 업무협약을 맺고 시장 내 점포에 스티커를 붙이거나 도색으로 구역을 구분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낙후된 전통시장은 경찰뿐 아니라 소방 및 구급대원의 신속한 출동을 어렵게 하는 문제가 있다”며 “시장을 찾는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내부 정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김재환 기자 j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