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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장시장에서 앱을 통해 전통시장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 동행세일'을 이어가는 전통시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전통시장 활성화 목적으로 다양한 디지털 전환 정책을 펴고 있지만, 쥐꼬리만 한 예산 책정과 집행 부처가 제각각인 탓에 되레
현장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 지원이 소상공인 지원 범위 안에 포함돼 예산 대부분이 소상공인 지원에만 치중되면서
‘전통시장 홀대론’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디지털 전환 속 전통시장 활성화 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하려면 주무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가 전통시장 정책 전담부서를 신설,
중구난방인 집행 부서를 일원화하고 적합한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전통시장 디지털 전환 필요성 크지만…'쥐꼬리 예산'에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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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부 2022년 스마트상점 기술보급사업 지원계획표 [자료=중소벤처기업부]
12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를 가까스로 버티던 전통시장이 비대면 전환에 뒤처지며 위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 이후 소비 흐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됐지만, 스마트 기술 이해도 및 역량 부족 등의 문제로 디지털 전환을 제때 이루지 못한 탓이다.
중기중앙회와 중기부 등이 최근 실시한 전통시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전통시장의 25%를 웃도는 350여곳이 온라인에 개별 점포를
만들고도 정작 판로까지 개척한 곳은 2.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정부도 전통시장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지원방안’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하고,
오는 2025년까지 전통시장 500곳을 디지털 전통시장으로 탈바꿈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그 결과 2020년부터 소상공인 디지털 역량 제고를 위해 스마트상점 기술보급 사업과 소상공인 O2O 플랫폼 진출 지원사업 등을
새롭게 진행해 올해까지 이어오고 있다.
특히 중기부는 디지털 전통시장 지원 사업을 진행하며 △전통시장 온라인 입점지원 △육성전략 구축 △인프라 지원 등 종합지원에 나설 계획도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정부의 강한 의지와 달리 관련 사업에 배정된 예산이 너무 적어 실효성 있는 정책 추진이 어렵다는 점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올해 신규 진행되는 디지털 전통시장 지원 사업은 총 22곳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관련 예산은 34억원에 불과했다.
전국 전통시장이 1401곳인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예산과 지원 규모다.
그나마 예산 규모가 큰 지원 사업들도 소상공인 맞춤형 지원책에 그쳐 지원 효과를 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전통시장은 일반적인 소상공인의 사업 운영 형태나 스마트기술 이해도 등 여러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임에도
소상공인이라는 한 범주로 포함돼 지원되다 보니 정책에 대한 현장 이해도와 만족도가 낮다.
소진공 관계자는 “전통시장만을 전담하는 부서는 없다”면서도 “소상공인·전통시장 디지털 전환은 올해 공단의 중점 추진과제로,
디지털 전통시장 지원사업을 비롯한 다양한 사업을 규모 있게 추진하고 있다”고 답했다.
◆ “전통시장 다룰 컨트롤타워가 없다”…전담부서 제각각에 실효성↓
하지만 현장에선 정책 집행 부서를 통합할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통일된 전통시장 지원책 및 부서가 없어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스마트상점 기술보급 사업은 정책과 현장 괴리감이 가장 큰 정책으로 꼽힌다. 스마트상점 기술보급 사업은 소비·유통환경의
비대면·디지털화에 대응하기 위해 소상공인 상점에 4차 산업혁명 관련 신기술(스마트기술 또는 스마트오더) 보급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해당 사업은 디지털 전환을 위한 기초기술 지원책이 담겨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꼭 필요한 사업임에도 비전통시장인 상점가 및 골목상권까지
지원 범주에 포함돼 전통시장들의 참여율이 현저히 떨어진다.
이런 가운데 올해 스마트상점 기술보급 사업은 단순 설비 및 장비 도입 지원에 포함되는 스마트오더 기술 등을 기초 기술로 분류,
상인들의 단독 지원 신청을 막아 놓은 상태다.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등을 활용한 중점 지원 기술과 복합 도입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지원 가능하다.
스마트오더 기술 지원은 모바일 예약·주문·결제 시스템 등 비대면 주문·결제가 가능한 서비스 도입을 지원하는 것으로 크게 QR 및 앱·웹 기반 서비스로 나뉜다.
예컨대 전통시장 상점의 경우 대부분 매장 면적도 작고, 스마트 기술에 대한 상인들의 이해도가 낮아 키오스크나 스마트미러 등의
고급 기술보단 모바일을 통해 매장 정보를 파악하고 구매까지 이어질 수 있는 스마트오더 기술 등이 시장 디지털 전환에 더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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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스마트상점 기술보급 사업은 예산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것과 달리 상가 신청 수는 계속 정체돼 있다.
사업 예산액은 2020년 100억5000만원, 2021년 220억원, 2022년 265억원으로 증액 편성되고 있지만 상가 신청 수는 지난 2년간 많아야 한 지역에 21곳 정도였다.
수도권을 벗어날수록 상황은 더 심각했다. 지난 2년간 강원, 충북, 울산, 전북, 전남 등 일부 지역의 경우 지역별 전통시장·상점가 분포도에 비해
사업 지원 상가 수가 0곳이거나 많아야 10곳인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중기부 관계자는 “스마트오더 기술의 경우 단순 기초 기술로 이미 네이버, 카카오 등 대기업 등에서도 무료로 관련 사업 기술을 지원해 주는
경우가 많아 올해는 다양한 스마트 기술들과 함께 활용될 수 있도록 분류한 것”이라면서 “스마트오더 단독 활용만 불가할 뿐 다른 기초 스마트 기술과 함께
신청하면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통시장 상인들에겐 이마저도 쉽지 않다. 스마트상점 기술 보급 사업에 선정돼도 관련 비용의 30%는 자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통시장 상인 대부분이 50~60대 고령층인 탓에 디지털 전환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 비용을 들이면서까지
기술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려 하지 않는다는 점도 정책 활성화의 걸림돌 중 하나다.
곽의택 한국소상공인교육진흥원 이사장은 “정부가 전통시장을 소상공인이라는 큰 범주 안에 묶어 지원책을 펼칠 경우 관련 정책 실효성은
계속해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스마트 상가 지원 대상을 상점가와 전통시장으로 분류해 모집하고 전통시장은 전통시장에 맞는
디지털 전환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