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수용 식품 수요 매년 감소…“설·추석 한 달 대목은 옛말”
코로나·경제상황 겹쳐 악화…손님 닫힌 지갑에 상인 시름
“조기 3마리 사던 손님이 이제는 1마리만 삽니다.”
올해 부산지역 전통시장의 추석 대목이 반토막 났다. 차례 기피, 고물가, 코로나19도 모자라 태풍까지 ‘사중고’가 닥쳐 상인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7일 오후 부산 중구 부평깡통시장. 추석 연휴를 3일 앞둔 대목에도 시장 골목은 한산한 분위기였다. 시장 골목마다 발 디딜 틈이 없었던 옛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날 상인은 태풍 힌남노가 예상보다 빨리 빠져나가자 낮부터 영업을 재개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적은 손님에 실망했다. 생선가게 상인 김희진 씨는 “코로나 이전 추석
대목 때면 오후 8시까지 시장 안은 손님으로 가득했다. 태풍이 왔다고 해도 이 정도로 조용할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복합적인 요인으로 추석 대목 매출이 반토막 났다고 했다. 김 씨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차례용 생선을 찾는 손님이 매년 줄어드는 게 느껴진다. 거기다 조기가 작년보다 5000원 정도 오르면서 판매량이 뚝 떨어졌다”고 호소했다.
과일가게 상인도 마찬가지다. 이종관 부산청과 사장은 “차례상 과일을 찾는 손님이 확연히 줄었다. 선물 세트에 포함 안 되는 바나나 판매량을 보면 정확히 알 수 있는데, 작년 추석 대목 때 하루
25개가 나가던 바나나가 올해는 15개만 나간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만난 주민 김모(여·50대) 씨는 “주변을 보면 차례를 안 지내는 분위기라 가족과 상의 끝에 올해까지만 지내고 내년부터는 절에 차례와 제사를 모두 맡길 예정이다”고 말했다.
다른 시장 상인도 상황은 비슷하다. 수영팔도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이수정 씨는 “차례상에 올라가는 산적용과 탕국용 고기 판매량이 준 건 확실하다. 1년 전보다 30% 줄었다”고 말했다. 부전시장에서 건어물 장사를 하는 신영욱 씨는 명절 대목 기간 자체가 확 줄었다고 호소했다. 그는 “예전에는 설날과 추석 대목이 한 달 정도였다면 최근 3년 사이에 일주일 정도로 줄었다”면서 “차례상에 올라가는 줄쥐포와 황태포 20kg짜리 한 박스 가격이 작년보다 12만 원 정도 오르면서 쥐포 2장을 사가던 손님도 올해는 1장만 사간다”고 설명했다. 구포시장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손승학 씨도 “차례상에 쓰이는 시루떡 인절미 송편 등의 값이 작년보다 10~15% 올랐다. 올해는 고객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지난해 가격으로 판매한다. 그런데도 판매량이 줄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중구 전통시장 4곳의 매출은 코로나19 확산 이전보다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중구 관계자는 “정확한 전수 조사는 아니지만, 세종경영자문 통계자료를 통해 확인한 결과 국제시장 마켓타운 등 전통시장 4곳의 2021년도 매출이 2019년에 비해 30%가량 감소했다”고 말했다. 신찬식(62) 중구전통시장연합회장은 “차례를 안 지내는 분위기가 번지고 있다. 가격 할인 등 이벤트도 마련하지만, 코로나 확산부터 고물가까지 겹쳐 시장을 찾는 발길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