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발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의 평일 전환을 놓고 지역 유통계의 찬반 여론이 팽팽(국제신문 지난 22일 자 8면 보도)한 가운데 새벽·휴업일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방안까지 추진된다. 2012년 ‘골목상권 침해 제한과 마트 노동자 건강 보호’를 취지로 도입된 규제를 10년 만에 완전히 풀겠다는 것이어서 논란이 확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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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한 대형마트의 새벽 배송 차량에 직원이 택배 상자를 담고 있다. 국제신문 DB |
26일 국제신문 취재 결과 산업통상자원부가 참여하는 대·중소유통상생협의회는 ‘새벽 시간 및 의무 휴업일 온라인 배송 허용’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상생안을 이르면 연내 발표할 방침이다. 협의회는 산업부를 비롯해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체인스토어협회 등으로 구성됐다. 상생안에 사실상 정부 의지가 담긴 셈이다. 다만, 상인연합회 등은 이 같은 방안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에 관한 법적 규정은 없다. 하지만 앞서 법제처는 의무 휴업일과 영업 제한 시간에 오프라인 점포를 물류·배송기지로 활용, 온라인 영업을 하는 것은 사실상 점포를 개방하는 것과 같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대형마트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월 2회 일요일 의무 휴업’과 ‘새벽 시간 (0시~오전 10시) 영업 금지’ 규제를 받기 때문이다. 이에 대형마트가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은 현재 새벽 시간에 오프라인 점포를 활용한 새벽 배송을 하지 못하고 있다. 물류창고를 활용해서만 온라인 배송을 진행 중이다.
영업 제한 시간에 마트의 온라인 배송이 허용되는 것을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마트 측은 소비자 선택 폭이 넓어진다고 반기고, 시장 상인은 골목상권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한다.
부산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보통 물류창고는 중심지가 아닌 경남 김해 등 외곽에 있다. 거리가 먼 만큼 소비자에게 신속하게 물품을 배송하기 어렵다. 하지만 마트 점포는 도심에 자리해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소비자는 더욱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신속하게 주문할 수 있다. 마트로서는 신속한 배송으로 이 커머스 업체와 비교해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중소유통상생협의회의 상생안이 순조롭게 발표·시행될지는 미지수다. 대형마트 노동자와 소규모 점포 상인은 물론 민주노총 등 노조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결국 산업부 등이 노동자와 소상공인 요구를 상생안에 어느 정도 담아내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상인협회 관계자는 “시장의 소비자는 대부분 새벽에 몰린다. 마트가 새벽 배송을 시작하면, 시장 소비자가 줄어들까 봐 걱정된다”며 “원칙적으로 반대하지만, 30%가량 시장 물품을 마트 측이 새벽 배송하는 등 상생 방안이 나온다면 협의할 의사가 있다. 그러나 아직 상생 방안이 나온 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정인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