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명절 특수 없어진 지 오래
인파 몰려도 대부분 나들이 고객
차례상 간소화에 제수용품 뒷전
부산지역 백화점 역대 최고 매출
40만 원 넘는 한우 세트 불티나
10만 원 미만도 ‘날개 돋친 듯’
고물가로 인한 경기 침체와 차례 간소화 때문에 명절 문화가 크게 바뀌면서 설 명절을 앞두고 부산지역 전통시장 상인들은 “명절에 올리는 매출로 한 해 장사 다 한다는 ‘명절 특수’는 없어졌다”며 한숨을 쉰다.
반면 역대 최고 매출을 찍은 부산지역 주요 백화점에는 설 선물세트의 매출이 지난해보다 급증해 대비를 이룬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플랫폼 확대 등으로 전통시장과 백화점의 격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설을 일주일 가량 앞둔 지난 16일 오후 부산 최대 전통시장인 부산진구 부전시장엔 인파가 몰렸다. 하지만 상인들은 시장을 찾은 고객 대부분이 제수용품 구매보다는 먹거리 등을 찾는 나들이 고객이라면서 한숨을 쉬었다.
이는 과거보다 명절에 차례상을 간소하게 차리는데다가 고금리와 고물가로 경기가 침체한 영향이 크다. 전통시장의 명절 대목 기간도 과거에는 한 달 정도였지만 최근 3년 사이에는 일주일 정도로 확 줄었다고 한다. 이곳에서 건어물과 견과류, 제수용품 등을 판매하는 신영욱 부전시장 상가상인회 연합회장은 “34년째 장사를 하지만 더 이상 ‘명절 대목’이라고 부를 만한 특수는 없다고 보면 된다”면서 “물가가 너무 오른 탓에 예전엔 두 개 사던 것을 요즘엔 하나 구매할까 말까 할 정도로 서민 경기가 위축된 것 같다”고 밝혔다.
다른 시장 상인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정판훈 수영팔도시장 번영회장은 “차례상을 간소화하는데다 코로나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는 바람에 제수용품 판매는 과거와 딴 판이다. 3년 전과 비교하면 제수용품 매출은 반 토막 수준”이라면서 “제수용품보다는 잡채나 샐러드 등 가족끼리 간단히 먹을 음식이 많이 팔린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경신한 부산지역 주요 백화점에는 많은 고객이 몰린다. 올해 설을 앞두고 프리미엄 선물세트부터 10만 원 미만의 알뜰형 선물세트 등의 매출은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롯데백화점은 설 명절 선물세트 판매기간인 지난 2~15일 2주 동안 부산 4개 점포의 한우 매출이 지난해보다 1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등심(1kg), 채끝(0.5kg), 안심(0.5kg)으로 구성된 60만 원 상당의 ‘로얄한우 스테이크 기프트’와 등심(1kg), 양지(0.5kg), 불고기(0.5kg)가 있는 40만 원대 ‘울릉칡소 특선 기프트’ 상품 등 40만 원을 넘는 고가의 프리미엄 선물세트가 전체 한우 선물세트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롯데백화점 측은 명절 선물세트 매출 중 20% 이상이 연휴 직전인 마지막 4일간 일어났다며 이번 주 설 선물세트 매출이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은 최근 2주간 10만 원 미만 과일세트 매출은 지난해 설보다 20% 정도 증가했고, 5만 원대 캔햄, 식용유와 참기름, 소금 등 조미료 등 식료품은 50% 늘었다고 밝혔다.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 측은 고물가의 영향 등으로 저가형 선물세트의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전통시장과 백화점의 양극화는 앞으로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임채관 동명대 유통경영학과 교수는 “명절 관념이 핵가족화 등으로 달라져 명절 특수 기대 심리가 없어졌고, 유통의 패러다임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면서 “과거에는 전통시장으로 몰리던 수요가 온라인 플랫폼으로 많이 옮겨 갔다. 그나마 오프라인에서는 최고급 채널인 백화점으로 사람이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