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지역 생산물·전통주를 우선 사용하도록 권장하거나 공공기관 필요 물품을 전통시장에서 우선 구매하게 하는 조례는 사업자에 대한 차별에 해당한다”며 개선작업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2일 지방자치단체의 경쟁제한 및 소비자이익 제한 조례·규칙 196건(지역 건설자재·장비 우선 구매, 지자체 운영 캠핑장·체육시설의 손해배상 규정 미비 등)을 2023년도 개선과제로 선정하고, 관련 지자체와 협업해 올해 말까지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매년 연구용역 등을 거쳐 경쟁을 제한하거나 소비자의 이익을 저해하는 지방자치단체 조례·규칙을 선정해 개선하고 있다.
우선, 공정위는 지역 건설자재·건설장비, 농산물, 전통주, 지역 출판 간행물 등 지역 내에서 생산 또는 공급되는 물품을 우선 구매하거나 사용하도록 하는 조례·규칙이 사업자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예를 들어 '도지사는 집단급식소를 운영하는 관계기관의 장에게 우리 밀, 우리 밀가루, 우리 밀 가공품을 우선 구매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도지사는 전통주 소비 촉진을 위해 도가 개최하는 각종 공식행사에서 이를 우선 (건배주로) 이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 등이 대표적이다.
'도지사는 지역 전통시장 등에서 공공기관에 필요한 물품을 우선 구매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조례도 개선 과제에 포함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역 농산물 사용을 권장하는 것까지는 문제가 없지만 다른 지역 상품보다 '우선' 구매하도록 하는 것은 과하다"면서 "먼저 일부 지역 조례에서 '우선'이라는 표현을 빼고 순차적으로 전 지역으로 확대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조항들이 애초에 지역산업 육성을 위해 만들어진 만큼 지역 상인과 지자체가 반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정위는 지자체가 결산 검사 위원을 관내 회계사 중에 선임하도록 하는 조례와 관내 소재 변호사만 지자체 법률고문·고문 변호사로 위촉하도록 하는 조례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유통센터 입점 사업자의 전대(재임대) 행위를 금지하는 조례·규칙도 전매 제한 금지 규제를 삭제하거나 예외 규정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자체 캠핑장 및 체육시설 운영·관리 조례는 운영자 귀책에 따른 예약·이용 취소 시 환불 ·손해배상 규정을 마련할 예정이다.일부 지자체가 소비자 귀책에 따른 위약금만 명시해 소비자의 보상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개선 과제 196개를 규제 유형별로 보면 진입 제한 40건(20.4%), 사업자 차별 67건(34.2%), 사업 활동 제한 9건(4.6%), 소비자 이익 저해 80건(40.8%) 등이다. 지자체별 개선과제 수는 서울이 20건으로 가장 많고, 부산 13건, 경남 15건, 울산 6건 등이다.
공정위는 "지자체는 지역 소재 사업자 등의 이익을 우선으로 고려해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며 "다른 지자체도 이를 모방해 지역 경쟁 제한이 전국적인 양상으로 확산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쟁 제한적 조례·규칙 개선 실적을 행정안전부의 '지자체 합동 평가 지표'에 포함되도록 해 지자체의 적극적인 개선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