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전통시장] <21>부산 연일전통시장
40여 년 만에 내부 시설 개선 작업 진행
공영 주차장 새로 만들고 첫 고객 행사도
자생력 지속 위한 협동조합 설립 등 추진
"오방상권에 사람들 몰리면 시장도 활력"
편집자주
지역 경제와 문화를 선도했던 전통시장이 돌아옵니다. 인구절벽과 지방소멸 위기 속에서도 지역 특색은 살리고 참신한 전략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돌린 전통시장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부산 연제구 연일전통시장 입구 중 하나인 북문. 이 입구 맞은편에 연제 오방맛길이 있다. 부산=권경훈 기자
지난달 24일 오후 부산 연제구 연일시장과 연일골목시장. 이름은 다르지만 사실상 하나의 공간에 묶여 ‘연일전통시장’으로 불린다. 시장 곳곳에 생선과 과일을 비롯해 반찬은 물론 옷까지 다양한 제품을 파는 점포가 줄지어 있었다.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와 할머니뿐 아니라 유모차를 끌고 나온 새댁도 장을 보느라 여념이 없다. 어묵 점포에 머물던 20대 청년들은 “근처 오방맛길에서 저녁 술자리 약속이 있는데, 거기 가기 전에 간단히 요기하려고 시장에 들렀다”고 말했다.
새 단장에 나선 전통시장이 과거 번화가로 꼽혔던 인근 상권과 상생을 통해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연제구 핵심 상권이던 오방상권에 ‘오방맛길’을 조성해 자연스럽게 연일전통시장에 사람들이 유입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40년 넘은 시장, 최근 새 단장 중
1978년 상가 형태 건물이 완공되면서 연일시장이 생겼고, 이어 주변으로 연일골목시장이 형성돼 지금의 연일전통시장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45년이 지나면서 점포는 낡아졌고, 시장 환경은 열악해졌다. 쇠락하던 연일전통시장은 중소벤처기업부의 상권 활성화 사업인 ‘연제오방상권 르네상스 사업’에 선정돼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2021년부터 80억 원이 투입돼 내년 3월까지 대대적인 정비작업이 진행 중이다. 상인 대부분은 간판 교체와 조명 및 방수공사, 파사드 설치 등에 힘을 보탰다. 점포 메뉴판과 원산지 표지판까지 모두 새롭게 바꿨다. 90여 곳의 점포 대부분이 새 옷으로 갈아입은 셈이다.
부산 연제구 연일전통시장 내부 모습. 점포 간판 교체 등이 이뤄지면서 40여 년 만에 깔끔한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부산=권경훈 기자
시장 건너편에는 공영주차장 공사가 한창이다. 내년 7월 완공 예정인 주자창은 지하 2층 규모로 70대가량을 수용할 수 있다. 기존 주차장이 있지만 너무 좁아 시장 방문객과 상인들은 주차와 관련해선 불편을 겪어야 했다. 40년 넘게 채소 장사를 하는 한 상인은 “시장이 깨끗해지고, 주차장도 생기면 손님들이 더 많이 찾아오는 건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주차장 지상은 공원 등 시민들 휴식 공간으로 조성된다. 시장 내부에선 재래식 어물전이 있던 공간을 현대식으로 만들기 위해 공사가 진행 중이다. 또 점포 바닥과 벽면 등을 완전히 교체할 예정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시장이 생긴 이후 처음으로 고객을 위한 행사도 마련했다. 지난해 9월과 11월 경품과 할인행사를 비롯한 각종 이벤트를 준비한 고객감사 행사를 열어 소비자에게 한발 더 다가가고 있다. 올해 추석 전과 내년 설 전에도 같은 행사를 열 예정이다. 고경신 재단법인 연제구상권활성화재단 사무국장은 “시장 환경을 개선한 뒤 상인들과 시장 이용객들의 만족도가 크게 높아졌다”면서 “쾌적해진 환경이 시장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연일전통시장이 처음으로 고객을 위해 진행한 행사 장면. 연제구상권활성화재단 제공
지역 최대 상권 살려 유동인구 늘리기 노력
연일전통시장과 도로 하나를 두고 접해 있는 연산동 오방상권은 부산에서도 손꼽히는 번화가다. 하지만 10여 년 전 지역 대표 방송국이 해운대로 이전하고, 젊은이로 북적이던 유흥업소들이 문을 닫으면서 쇠락하기 시작했다. 오방상권의 침체는 연일전통시장의 쇠락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 때문에 상인들은 시장 지원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오방상권 부활에도 신경 썼다. 인근 거리 이름을 ‘오방맛길’로 정하고 정비작업에 나선 이유다. 지저분하게 얽혀 있던 전기선을 지하화하고, 전신주가 있던 자리에는 깔끔한 가로등을 세웠다.
부산 연제구 연일전통시장 맞은편에 있는 오방맛길에는 상권 활성화를 위해 전신주 지중화 사업, 마스코트 벽화 꾸미기 등 다양한 사업이 펼쳐졌다. 부산=권경훈 기자
또 '오라'는 의미의 사투리 ‘온나’와 곰을 뜻하는 ‘꼼’을 합쳐 ‘온나꼼’이라고 이름 지은 마스코트를 만들어 모형과 그림으로 거리 곳곳을 장식했다. 온나꼼 인형탈을 쓰고 거리 홍보에 나서는가 하면, 온나꼼 모바일 이모티콘을 배포하기도 했다. 오방맛길 정보 등을 제공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도 운영해 현재 팔로어가 1만 명이 넘는다. 유명 요리사 초청 행사와 루미나리에 축제 등 각종 이벤트도 마련했다. 김무연 연일전통시장 상인회장은 “오방상권과 시장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면서 “오방상권에 사람들이 몰려 자연스럽게 연일전통시장까지 방문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부산 연제구 오방맛길 마스코트인 '온나꼼' 조형물. 온나꼼은 오라는 의미의 사투리 '온나'와 곰을 뜻하는 '꼼'을 합쳐서 만든 이름이다. 부산=권경훈 기자
오방맛길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상인들이 연일전통시장에서 음식 재료 등 각종 물품을 구매하도록 연계하는 협의도 진행 중이다. 상권 협동조합을 설립해 연일전통시장과 오방맛길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있도록 연결고리로 활용할 계획도 세웠다. 고 사무국장은 “유튜브 등을 활용해 시장을 알려 나간 결과 오방맛길에 대한 인지도가 이전보다 20%가량 높아졌다”면서 “다른 지역에서 방문하는 젊은 손님들이 크게 늘어난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연제구 연일전통시장 위치도. 그래픽=김문중 기자
부산= 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