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 진천동 '이마트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월배시장점이 문을 연 지 5년이 흘렀다. 이 마트는 지난 2018년 8월 월배시장 A동 1층에 문을 열었다. 정은빈 기자
대구 달서구 진천동 월배시장에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마트가 입점해 있다. '이마트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다. 이 마트는 지난 2018년 8월 월배시장 A동 1층에 문을 열었다. 1천134㎡ 규모다.
마트는 매장(460㎡) 외에도 놀이터(168㎡), 커뮤니티센터(35㎡), 사회적기업 홍보관(47㎡), 쉼터 등의 시설이 있다. 특징은 농수산물과 같은 1차 식품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개점 전 월배시장상인회와 맺은 협약에 따라서다.
입점 이후 5년이 흐른 지금까지 월배시장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달서구청에 따르면 시장 점포 수는 마트 개점 당시 105곳에서 현재 117곳으로 늘었다.
상인들은 시장에 마트가 생긴 뒤 고객 연령층이 대폭 젊어졌다고 말한다. 마트에서 물건을 산 뒤 곧바로 저렴한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젊은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마트 주변 점포의 주요 취급 품목이 공산품에서 먹거리로 바뀌는 현상도 벌어졌다.
손병식(61) 월배시장상인회장은 "시장에 젊은 사람이 확실히 늘었다. 지금은 노년층보다 젊은 손님이 더 많다. 젊은이들이 군것질을 좋아하니 다른 점포에도 영향이 크다"면서 "요식업으로 입점하고 싶다는 사람은 있는데 빈 점포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마트와 월배시장상인회는 오는 5월 상가 임대차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재계약을 위한 사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르면 이번 달 안에 재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월배시장은 대형마트 주말 영업제한 해제 논란 속에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공생 사례로 주목받는다. 대형마트 주말 영업을 두고 찬반이 엇갈리는 가운데 대형 시장을 중심으로는 오히려 마트 운영이 시장에 도움이 된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른바 '낙수 효과' 때문이다. 대형마트 이용객 30%가 주변 음식점, 20%는 편의점 또는 슈퍼마켓을 이용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한국유통학회가 2020년 내놓은 '대형유통시설이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 연구 자료에 따르면 대형마트 신규 출점 후 반경 3~6㎞ 이내 대형마트 매출액이 감소했다. 반면 슈퍼마켓과 기타 소매점포 매출액은 기존 수준을 유지하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 주말 영업을 제한한 의무휴업제는 2012년 도입됐다. 대구의 대형마트는 11년 만인 지난 12일 일요일 영업을 재개했지만 경기, 강원, 제주 일부를 제외한 지역에서는 여전히 둘째, 넷째 일요일에 마트 문을 닫는다.
대형마트가 급증하자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시행한 제도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업태가 변했고 소비 경로도 온라인 등으로 흩어져 도입 취지가 흐려졌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가 진행한 '대형마트 영업규제 10년,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인 걸 알았을 때 구매 행동'에 대한 물음에 절반 가까운 49.4%가 '슈퍼마켓·식자재마트·온라인 등 다른 채널을 이용한다'고 답했다.
33.5%는 '문 여는 날에 맞춰 마트 방문한다'고 응답했다. '당일 전통시장에서 장을 본다'는 사람은 16.2%에 그쳤다.
대구 동구 방촌시장의 한 상인은 "지난 12일 시장에 있어 보니 손님 수는 별로 차이가 없었다"면서 "대형마트보다는 식자재마트 영향이 크다"라고 했다.
월배시장상인회 관계자는 "우리 시장은 마트 덕을 보는 거 같다"면서 "하나라도 더 팔려면 일단 사람을 많이 유입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젊은 사람이 계속 찾아오도록 해야 시장 맥이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