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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사각지대 파고든 '의무휴업 무력화'…골목상권 재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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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3-02-2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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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지난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이후 10년 넘게 시행하고 있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사회적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대구시가 전국 7개 특별·광역시 가운데 처음으로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전환했기 때문인데요. 
 
전통시장 상인, 마트 노동자 등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이해당사자인 이들과의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법의 사각지대를 파고들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골목상권 보호'라는 당초 제도 도입의 취지가 퇴색했다는 비판도 함께 나옵니다.
 
대구로 내려간 국무조정실장의무휴업 '역주행' 시동
 
19일 정치권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대구지역 60개 대형마트는 지난 12일 일요일 일제히 영업에 나섰습니다. 2012년 도입 이래 11년 만에 처음 있는 일로, 이달부터 의무휴업일이 매월 2·4주 월요일로 변경됐기 때문입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해 대형마트와 골목상권의 상생방안으로 도입됐습니다. 현재 전국의 모든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한 달에 두 번 의무적으로 문을 닫고,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도 제한하고 있는데요. 
 
10년 넘게 유지된 대형마트 주말 의무휴업의 '역주행'은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이 지난해 10월 5일 홍준표 대구시장을 만난 이후 가속화됐습니다. '규제 대못 뽑기'에 나선 윤석열정부가 '대형마트 상생 협력' 방안을 촉구하자, 대구시가 '법률 사각지대'를 파고들었습니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기초지자체장은 대형마트·SSM에 대해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을 지정해 명할 수 있습니다. 다만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를 보면 기초지자체장은 매월 이틀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되, 이해당사자와의 합의를 거쳐 공휴일이 아닌 날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요. 대구시는 이를 근거로 행정예고·의견수렴 등 행정절차를 거쳐 이달 13일부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했습니다.
 
노동자 철저히 배제대표성 논란 불거진 협약
 
문제는 전환 과정에서 '이해당자사와의 합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인데요. 대형마트 노조와 전통시장 상인 등은 전환 과정에서 이해당사자와의 합의가 진행되지 않은 채 대구시가 일방적으로 추진했다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강우철 마트노조 서울본부장은 "대구시 등이 평일로 의무휴업일 추진하면서 마트 노동자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본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은 입법기관인 국회가 법률로 정하고 특별자치시장, 기초단체장들이 이해당사자들과 적법한 협의절차를 거쳐 논의한 후 기초의회의 조례로 결정해야 하는 사안입니다. 하지만 대구시는 적법한 절차 없이 사용자단체와 기초단체를 진두지휘하며 의무휴업을 무력화하고 있는데요. 때문에 법의 사각지대를 파고들어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현재 국회에서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와 관련해 명확하게 논의되고 있는 사안은 없습니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계류된 개정안 중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안은 없는데요. 다만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법안들을 보면 입법 방향은 다소 갈립니다. 민주당 홍익표·이동주 의원은 의무휴업 지정 대상에 백화점과 복합쇼핑몰도 포함시키는 법안을 발의한 반면, 국민의힘 김성원·최승재·허은아 의원은 의무휴업 지정에 대한 지자체장의 자율권을 확대하거나 명절 근접 연휴 영업을 허용하는 법안을 내놨습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둘러싸고 향후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정부와 대기업,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소비자, 그리고 노조의 이해관계가 서로 복잡하게 얽히면서 상당한 진통과 갈등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때문에 지난해 화물연대 총파업 사태에 이어 또다른 노정갈등, 노사갈등의 뇌관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여기에 골목상권 침해라는 뼈아픈 지적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광주전라본부가 지난달 17일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시청 앞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꾸는 대구시의 협약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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