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진시장 한복 상인 "매출 10년째 내리막길, 문 닫는 곳도 속출"
성년의날 한복 입고 월 1회 한복 데이 정하는 등 신규 수요 찾아야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10년 전만 해도 주단부(한복 원단)에 속한 가게가 250여 개 있었는데 지금은 150여 개밖에 안 됩니다. 장사가 안되니까 다들 그만두는 거죠."
지난 12일 부산 동구 부산진시장에서 만난 황경순 주단부 부녀회장은 "한복 수요가 떨어져도 너무 떨어졌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황 부녀회장은 시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이곳에서 2대째 주단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부산진시장은 서울의 동대문시장, 대구 서문시장과 함께 전국 3대 혼수 전문 시장 중 하나이다.
1913년 만들어져 올해 110주년을 맞은 곳으로, 일제강점기 '조선 방직'이 인근에 설립되면서 섬유와 의류를 주력 상품으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한복 상인들은 최근 십수년간 젊은 층들이 결혼하지 않거나 미루는 현상이 이어지면서 시장의 쇠퇴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부산진시장 한복 체험 행사 참여한 청년들[차근호 기자]
황 부녀회장은 "옛날에는 부산진시장에 빈 점포가 나오면 서로 들어오려고 007 첩보 작전하듯이 거래하고 했었는데 지금은 그런 매장들이 다 비어 있다"면서 "매출이 10분의 1로 줄어든 상황이 10년째 내리막길처럼 이어져 상인들이 노후 걱정을 해야 할 지경"이라고 밝혔다.
결혼 숫자만 줄어든 것이 아니라 폐백을 생략하는 등 풍속도 많이 변했다.
정윤호 부산진시장 번영회장은 "2000년대 부산에 웨딩업체가 70곳이 있었는데 지금은 40곳으로 줄어든 것으로 안다"면서 "결혼해도 폐백을 안 하는 경우가 많고, 결혼 업체 등에서 한복을 전부 대여하다 보니 상황이 더 어렵다"고 설명했다.
윤광범 한복부 이사도 "옛날에야 결혼하면 이모, 고모까지 한복을 맞추곤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면서 "이제 우리나라 한복을 살리기 위해서는 다른 방향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진시장은 이에 15일인 성년의 날을 사흘 앞둔 지난 12일 오후 올해 20살이 된 청년 110명을 불러 한복 체험행사를 열었다.
한복을 차려입은 청년들이 부산진시장 주변을 한 바퀴 돌며 퍼레이드하고, 자신이 입고 있는 한복을 만든 상인의 점포를 찾아가 인증사진도 찍고 시장 곳곳에 숨겨진 포토존을 소개했다.
황 부녀회장은 "한복 상인들 평균 나이가 60대인데 한복 활성화 홍보를 하려고 해도 어떻게 하는지 몰라 청년들을 이렇게 불러 탐방하도록 했다"면서 "예쁜 한복을 입은 청년들이 젊은 감각으로 시장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홍보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윤 이사도 "한복 시장이 다시 살리기 위해 성년식 때 한복을 입는 방안을 제안했다"면서 "공공기관이나 지자체에서도 '한복 데이'를 만들어서 한 달에 하루는 한복을 입고 출근하며 국민들에게 홍보해 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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