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9년 총허용어획량 도입 후
- 금어기 등 이중규제로 겹고통
- 어선 검사·선복량 규제 등 완화
- 기름값 상승에 오염수 이슈까지
- 생존 위협받던 어업인 일제 환영
- 조업 구역 확대 필요성 제기도
국민의힘과 정부가 2일 금어기 등 규제를 최소화하고 총허용어획량(TAC)의 전면 전환을 추진하기로 하자 그동안 규제 철폐를 요구해온 수산업계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금어기(특정 어종의 포획 및 채취 금지 기간)와 TAC 등 이중 규제로 위축된 수산업계는 최근 인건비·기름값 상승에다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이슈까지 겹치면서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
■115년 쌓인 규제…어업인 비명
2일 국제신문 취재 결과 수산업계는 1999년 TAC가 도입된 이후 10여 년간 줄곧 과도한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요구했다. TAC는 단일 어종에 연간 어획량을 정해 그 한도 내에서만 수산물 포획·채취를 허용하는 자원 관리 제도다. 해양수산부는 과도한 어업자원 이용을 방지하고 지속 가능한 수산자원량을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 어기마다 어획량을 설정해 관리한다. 현재 15개 어종, 17개 업종에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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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환 해양수산부장관(오른쪽)이 2일 국회에서 열린 ‘어업 선진화 민·당·정 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
하지만 앞서 도입된 금어기나 금지체장(일정 크기나 무게 이상 특정 어종 포획·채취 금지) 등 1500여 개에 달하는 규제가 겹겹이 쌓여 있다. 그간 수산인들은 “잡는 어업은 이제 아예 포기해야 하느냐”며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자리마다 찾아가 규제 폐지를 촉구했다. 국내 고등어의 80%를 잡는 대형선망수협조합 관계자는 “각종 규제를 지켜가며 어업 활동을 해도 손익분기점을 넘기 어렵다. 수년 넘게 적자가 누적돼 법정관리를 받거나 철수를 고려하는 선단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학계와 연구기관도 이런 문제를 지적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최근 발표한 ‘연근해 생산 전망과 과제’를 보면 TAC 확대와 동시에 현행 규제가 유지되면 규제의 중첩 또는 혼란이 발생하므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수산업계 일제히 “환영”
이번에 당정이 ‘규제 철폐’라는 수산업계 염원을 대폭 수용하기로 한 것은 국내 수산업이 그만큼 벼랑 끝에 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말부터 어업인, 학계 전문가, 시민단체, 연구기관 등으로 구성된 ‘수산자원 정책 혁신 현장 발굴단’이 해수부에 ▷TAC 참여 업종에 대한 금어기·금지체장 적용 완화 ▷실효성 낮은 금어기·금지체장 규정 완화 및 조정 등을 권고하기도 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수산업계가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는 데 이론이 없다.
이날 당정협의회에 참석한 김도훈 부경대 해양수산경영경제학부 교수는 “금어기를 무조건 없애겠다는 건 아니다. 어업 경영이 너무 어려우니 TAC를 중심으로 자유로운 어업 활동을 보장하되 어선 검사 완화, 어선 선복량 규제 완화 등 다른 규제는 되도록 푼다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TAC 전면 전환을 위해서는 어선의 정확한 어획량 파악이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양륙항 검사(어선이 항구에 접안하면 조사원이 어획량 파악)와 어선 조업 모니터링 강화, 감척 사업 활성화 등이 시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산업계는 “어려운 와중에 숨통이 트였다”며 크게 반겼다. 임정훈 대형기선저인망수협조합 조합장은 “TAC를 먼저 도입한 노르웨이나 덴마크 등 선진 수산 강국은 그 외 규제는 없앴는데, 우리는 과거 규제 역시 잔존해 수산인의 목을 옥죄어 왔다”며 “이제라도 규제가 사라지고 자유롭게 어업 활동을 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했다.
정부의 움직임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역 한 수산업계 관계자는 “100년 넘게 이어온 어업 규제를 손질해야 하는 만큼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규제 폐지도 중요하지만 한일 어업협상 미체결 장기화 등으로 좁아진 조업 구역을 확대하는 노력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