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중구 지역 주민들이 중구 상업지역 건축물 높이 제한에 대한 철폐를 요구하고 나섰다. 중구 전체면적의 40%가 넘는 상업지역에 적용되는 건축물 높이 규제 탓에 원도심이 쇠퇴한다는 주장인데, 성급한 규제 완화가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중구 광복동주민자치위(자치위), 중구 전통시장 상인연합회 등 10개 중구 주민 단체는 ‘중구 고도제한으로 중구가 붕괴하고 있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시청과 중구청 등 6곳에 내걸었다고 22일 밝혔다. 또한 중구 고도제한 철폐를 위한 1인 시위, 집단 시위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중구 중앙동에서 전국에서 3번째로 높은 건물인 부산 롯데타워가 착공된 만큼 기세를 타 중구 발전을 가로막는 건축물 높이 제한을 완전히 없애겠다는 것이다.
부산 상업 지역은 모두 건물 높이 제한 기준이 있지만, 중구는 전체 면적 대비 상업 지역 비중이 커 다른 지자체에 비해 규제 체감이 높은 편이다. 시에 따르면, 중구의 경우 전체 면적 대비 상업지역 비중은 42.1% 정도로 16개 구·군 중 1위였다. 21.5%로 2위를 차지한 동구에 비해서도 2배가량 높은 수치로 중구 절반 가까이가 상업지역으로서 규제받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중구청은 지난해 11월 자체 용역을 거쳐 광복동, 남포동 등 일부 상업 지역의 건축물 최고 높이를 3~42m 상향했지만, 아예 규제 철폐가 필요하다는 게 자치위 주장이다.
곽해웅 광복동주민자치위원장은 “다른 원도심에 비해서도 중구 인구 문제는 심각한 편”이라며 “전국 지자체에서 중구가 제일 면적이 좁은데,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을 위해서는 건물 높이 제한이라도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 중구 지역민들이 중구 상업지역 건축물 높이 제한 철폐 요구에 나섰다. 지역민들이 내건 관련 현수막. 부산일보DB
하지만 건물 높이 제한 해제가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규제 폐지가 자연스레 상업 지역에 오피스텔이나 주상복합 등 생활숙박시설의 난개발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 도서관 등 주민 편의 시설이 부족한 채 주거 시설만 늘면 오히려 주거 만족도만 떨어질 수 있다.
고층 개발에 대한 주민 의견이 저마다 다른 점도 걸림돌이다. 지난달 중구청은 당초 12층으로 계획한 부평동 주민청사를 4층으로 낮추는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부평동 주민 400여 명이 고층 주민센터가 낮은 건물이 빼곡한 동네 분위기에 위화감을 준다며 ‘주민센터 고층 건립 반대 서명’을 구청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동아대 도시공학과 권태정 교수는 “주거 시설 확대에 따른 기반 시설 확충은 시, 구청 차원에서의 충분한 논의와 계획이 필요하다”며 “민원 해소 성격으로 가볍게 도시계획을 변경해 무작정 거주 인구만 늘리면 더 큰 사회적 진통과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구청 관계자도 “중구 건물의 72%가량이 준공 30년이 지난 노후 건물이다. 그래서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자체 용역을 통해 건축물 최고 높이를 완화했다”며 “다만 어느 정도 규제가 있어야만 난개발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해 철폐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1월부터 부산시는 ‘부산시 가로구역별 건축물 높이 관리계획 정비용역’을 진행 중이다. 전체 면적 19만 ㎢에 달하는 부산지역 내 모든 상업지역과 경관지구 가로구역이 재정비된다. 시 관계자는 “16개 구·군에게서 건축물 높이 기준에 대한 의견을 받고 있다”며 “내년 1월 용역이 마무리되면. 이를 토대로 높이 제한 기준 조정이 검토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