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중구 남포동 유라리 광장에서 이틀간 열린 건어물·맥주 축제가 방문객 2만 명을 돌파하는 등 원도심의 작은 지역 축제로서는 보기 드문 흥행 성공을 거뒀다. ‘바다’와 ‘맥주’가 만난다는 콘셉트가 젊은 세대에게 호응을 얻어 신선한 콘텐츠 개발과 잘 짜인 홍보 전략이 있으면 원도심 지역 축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12일 중구청에 따르면, 지난 8~9일 유라리광장에서 개최된 ‘제1회 건어물맥주축제’ 방문객은 2만 5000명으로 추산된다. 방문객 수는 축제 기간인 이틀 동안 구청과 경찰이 직접 유동 인구를 계산한 것이다. 통상 행정기관이 주관하는 축제 중에서도 방문객이 많았다는 게 중구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당초 구청 내부에선 첫 축제이다 보니 인지도가 낮아 방문객을 1만 명 남짓으로 예상했다.
축제 열기는 맥주 판매량으로도 증명된다. 중구청에 따르면, 축제 이틀 동안 총 1600L가량의 맥주가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축제 첫날에는 예상보다 많은 인파가 몰려 술이 동나 판매를 중단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국내 최대 규모인 남포동건어물도매시장과 연계한 건어물 안주 판매도 매진 행렬을 이었다. 중구청은 건어물 축제에서 각각 4000원, 1만 원짜리 건어물 묶음 상품을 판매했다. 구청이 발급한 스티커를 상품에 붙여서 계산하는 방식이었다. 당초 구청이 준비한 스티커 1만 5000개가 축제가 끝나기도 전인 지난 9일 오후에 모두 소진됐다. 방문객도 많았고, 지역 특산품 판매를 통한 수익 실적도 예상을 뛰어넘은 것이다.
흥행의 일등 공신은 젊은 세대의 감성을 자극한 마케팅이었다. 중구청은 SNS 등을 통해 '밤바다와 불빛이 켜진 영도대교를 보면서 맥주를 마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지난 7월 수영구 민락수변공원이 금주 구역으로 지정되는 등 바다를 보면서 술을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젊은 세대에게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
건어물맥주축제에 참여한 안 모 씨(31)는 “해운대구 더 베이101처럼 야경을 보면서 수제맥주를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며 “가볍게 마시고 자유로운 분위기라서 젊은 세대가 축제에 몰려든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구청은 이번 축제 성공을 계기로 콘텐츠 부족 고민을 안고 있던 유라리 광장의 활성화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이달 민간단체가 주최하는 ‘중구민 노래자랑’과 다음 달 열릴 자갈치축제 때에도 유라리 광장을 활용하는 등 유라리 광장을 축제 장소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유라리 광장은 관광객 유치를 목적으로 약 50억 원의 예산을 들여 2021년 조성됐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차별화된 콘텐츠가 부족해 중구 대표 관광지인 BIFF 광장과 비교할 때 관광객이 전무한 실정이었다. 중구청 관계자는 “이번 건어물맥주축제가 자갈치 축제와 더불어 부산 대표 축제로 성장하길 바란다”며 “영도대교와 부산 바다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유라리광장도 대표 관광명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