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엔 전어 7kg만 준비하는데, 오늘은 20kg 준비했어요.”
29일 오전 10시께 부산 강서구 명지시장. 제21회 명지시장 전어축제가 열린 이날 점심 장사에 앞서 전어를 손질하던 횟집 사장 한숙희(68) 씨는 평소보다 배 넘는 양인 전어 20kg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한 씨는 “(오염수 방류의) 영향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먹을 사람은 먹으러 오는 분위기다”며 “문의 전화가 오면 ‘우리 바다에는 4~5년 뒤에 오염수가 온다’고 안내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 씨는 “손님이 많은 가게는 주말 하루 동안 전어를 40~60kg까지도 판다”고 설명하며 전어의 머리와 꼬리를 제거하는 분주한 손을 멈추지 않았다. 상인들은 축제를 맞아 각자 수조마다 전어를 적게는 10kg에서 많게는 30kg씩 채웠다.
부산 강서구청은 29일부터 오는 31일까지 3일간 제21회 명지시장 전어축제를 연다고 밝혔다. 지난 24일 일본이 방사능 오염수를 방류한 뒤 부산에서 열린 첫 수산물 축제다. 오염수 방류 6일차였지만 축제 현장에서 수산물 소비 위축 심리를 체감하기는 어려웠다.
이날 오전 11시께 상인회가 무료시식용 전어 도시락을 분배하기 시작하자, 축제에 참가한 시민들의 참여 행렬이 금세 끝모를 듯 이어졌다. 준비된 전어 도시락은 총 500인분이었지만, 오전 10시 개막식이 열리기도 전에 무료시식 쿠폰은 동이 났고 도시락은 배부 약 1시간 만에 소진됐다. 이날 축제 시식회에 사용된 전어는 모두 사전에 방사능 검사를 거쳐 안전성이 확인된 상품이었다. 전어 회 접시를 받아든 시민들은 초장을 뿌리고 상추를 찢어 넣어 전어를 비벼먹기 바쁜 모습이었다.
예상과 달리 시민들로 북적였던 축제의 열기는 오염수에 대한 걱정이 불필요하다기 보다는, 수년 뒤 부산 앞바다에 오염수의 직접적인 영향이 닿기 전에 지금이라도 제철 수산물을 즐겨야 한다는 심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였다.
이날 남구에서 지인들과 함께 축제를 찾은 70대 임둘자 씨는 오염수 방류로 인해 전어를 먹기 꺼려지지는 않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정부의 발표를) 믿고 먹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몇 년 뒤에나 오염수 영향이 있다고 하는데, 지금은 괜찮다고 하니 그 전에 먹어둬야 하지 않겠냐”며 “또 전어는 지금 이맘때가 아니면 먹기 힘들다”고 말했다.
축제를 맞아 평소 판매량보다 2배 정도의 전어를 준비했다는 한 상인도 마음 한 구석에는 오염수 방류에 대한 걱정을 지울 수는 없다고 전했다. 그는 “매출에 타격은 아직 크게 없다”면서도 “우리 해역까지 오염수가 오려면 몇 년 더 있어야 한다고 하지만,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여전히 부담스럽고 걱정스러운 건 사실이다”고 전했다.
부산시도 시식용 전어 100인분을 준비해 축제장 입구 부스에서 무료 시식회를 열었다. 시 직원들은 수산물의 안전성을 홍보하는 내용의 포스터를 시민들에게 나눠주면서 “수산물을 많이 이용해달라”고 말했다.
명지시장전어축제 추진위원회는 축제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오는 3일까지 전어를 10% 할인해 판매할 계획이다. 천동식 추진위원장은 “축제 직전 오염수가 방류된다고 하니 걱정도 있었지만, 고객들은 우리 시장에서는 근해에서 잡힌 수산물만 판다는 걸 알기 때문에 믿어주는 것 같다”며 “일본에서 방류한 오염수가 우리 해역까지 오려면 5~10년은 걸린다는데, 벌써 소금 사재기가 일어나는 상황을 보면 안타깝다. 정치권에서 충분히 영향에 대해 인지하고 국민들에게 설명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