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간의 월드엑스포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치열한 유치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최종 개최 도시 향방을 점치기도 어렵습니다.”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개최지 투표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오는 28일 개최지 결정을 위한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가 열리는 프랑스 파리 외교가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다.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살얼음판 판세’에 대한민국 부산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엑스포 개최권을 따내기 위해 도시와 국가의 명운을 걸고 막판 총력전에 돌입했다.
한국이 정상회담이나 물밑 접촉을 통해 특정 회원국의 지지를 얻으면, 다음날 사우디가 ‘선물 보따리’를 싸들고 가 표심을 뒤집어 놓는 식의 ‘무한의 오셀로 게임’이 하루하루 반복되고 있다.
양 국가 모두 상대에게 전략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일정과 동선을 수시로 조정하는 등 극도의 보안 속에 유치전을 펼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부산이 1차 투표에서 또 다른 후보 도시인 이탈리아 로마를 이긴다고 보고, 결선 투표에서 로마 지지표를 최대한 흡수해 막판 뒤집기에 나선다는 전략을 세워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캐스팅보트’를 쥔 것으로 분석되는 아프리카와 중남미, 태평양 도서 지역 국가 표심이 사우디 물량공세에 흔들리지 않도록 한국의 경제개발 경험 전수와 지속적인 공적개발원조(ODA) 확대를 회심의 카드로 내걸고 있다.
정부는 남은 일주일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박형준 부산시장과 각 부처 장관, 여야 국회의원, 재계 총수, 문화계 인사들이 마지막 무대인 파리에 총집결, 전방위 네크워크를 활용해 엑스포 개최권을 반드시 부산으로 가져오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오는 23일 파리로 건너가 25일까지 2박 3일간 유치 활동을 펼친다. 윤 대통령은 BIE 대표들과 오·만찬 등을 갖고 부산이 갖고 있는 엑스포 개최지로서의 매력과 ‘부산 이니셔티브’를 적극 홍보한다는 계획이다. 부산엑스포 민간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도 대통령과 동행해 막판 홍보 총력전을 펼친다.
지난 13일부터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서남아시아 국가들을 방문해 득표 활동을 펼친 박 시장은 독일을 경유해 BIE 회원국 대표들을 만난 뒤 20일 파리에 입성했다. 박 시장은 윤 대통령 등과 함께 공식 일정을 소화하며 막판 유치전을 벌이는 한편 마지막 승부처가 될 최종(5차) 프레젠테이션 준비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다.
박 시장은 이날 〈부산일보〉와의 통화에서 “사우디나 우리나 말 그대로 막판 총력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현재 판세는 굉장히 타이트하다”며 “남은 일주일 동안 표심이 흔들리는 국가들과 우리 쪽으로 돌아설 여지가 있는 회원국들을 집중 공략해 마지막 한 표라도 더 부산이 가져올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고 전했다.
시민들도 한마음으로 엑스포 유치를 위한 부산의 염원을 세계에 전한다. 21일 오후 5시 부산 부산진구 서면교차로 일대에서 열리는 ‘2030부산엑스포 유치 성공을 위한 출정식’에는 범시민유치위원회, 범시민서포터즈, 범여성추진협의회, 시민참여연합을 중심으로 1000명의 시민이 참가해 “부산 이즈 레디(부산은 준비됐다)”를 외치며 범시민적 역량을 결집한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