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시민 가운데 절반 이상이 대형 마트가 주말에 의무휴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트 휴업 때 인근 슈퍼나 전통시장을 이용할 거란 기대와는 달리 시민 3명 중 1명은 온라인 유통망에서 식자재를 구매했다. 부산상공회의소가 시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10명 중 6명은 “휴업 불필요” 4명은 “휴업 폐지하자”
16일 부산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대형 마트 영업규제에 관한 시민 의견을 조사한 결과 64.2%가 ‘대형 마트 의무휴업이 필요 없다’고 답했다. 이 조사는 부산상의가 전문 조사업체인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는 2012년부터 한 달에 2회 의무적으로 휴업했다. 이는 대형마트가 전통시장 등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었지만, 소비자 선택권 제한 논란도 있었다.
하지만 시민은 의무휴업 같은 대형마트 규제가 골목상권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실제로 부산 시민이 식자재를 사들일 때 가장 선호하는 곳은 대형마트(42.0%)이며, 이외엔 온라인 유통망(33.5%), 대형슈퍼ㆍ식자재 마트(5.5%) 등이었다. 마트 의무휴업을 폐지하는 데 찬성하는 시민은 46.4%로, 반대 의견(21.7%)보다 두배 이상 많았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마트 의무휴업에 따른 ‘반사 이익’이 지역 골목상권 대신 온라인 상점으로 흘러든다는 사실을 시민 또한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절반 가까운 시민이 마트 의무휴업 폐지 등 규제를 풀자고 답한 건 최근 부산에서 이어진 대형마트 ‘줄폐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메가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 6곳이 최근 문을 닫았거나 폐점을 앞두고 있다. 아파트 단지와 인접한 도심에 자리했고, 일부 매장은 전국에서 손꼽는 매출을 올리는 곳으로 알려져 충격이 컸다.
이들 매장과 인접한 전통시장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폐점한 홈플러스 가야점 인근 개금골목시장에서 요식업을 하는 전모(52)씨는 “대형 마트가 없어지니 오히려 이 근처를 찾는 유동인구가 줄고, 상권이 가라앉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마트에 오가는 길에 시장에 들르는 손님이 많았는데, 지난해 6월 폐점 이후로는 이런 집객 효과가 사라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의무휴업 같은 옥죄기보단 (마트 주변 상권과) 상생하는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 대구시가 지난 2월 마트 의무휴업일을 매달 2ㆍ4주째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옮겨 시행해 효과를 봤다. 대구시가 한국유통학회에 의뢰해 분석했더니 의무휴업일을 월요일로 옮긴 6개월간 슈퍼마켓과 음식점 등 소매업 매출은 지난해 대비 19.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2ㆍ4주째 일요일과 월요일 전통시장 매출액 증가율은 34.7%로 나타났다. 소비자 600명을 대상으로 한 인식조사에선 60.2%가 의무휴업을 전환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난 5월부터는 충북 청주시가 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옮겨 시행하고 있다.
지난 9월 22일 부산 부산진구 부전시장이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뉴스1
부산상의도 이번 인식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난 12일 부산시와 16개 자치구에 건의서를 보냈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폐지하거나, 현행 일요일로 고정된 휴업일을 평일로 옮겨달라고 했다”라며 “시행되면 대구시처럼 시민 불편을 줄이고 소비 후생을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